편의점 옆에 있던 인형 뽑기 기계가 오늘따라 이상했다.
기계 안은 알록달록한 인형으로 가득 찼고,
제일 꼭대기에 눈에 띄는 회색 곰 인형이 놓여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다, 발걸음이 멈췄다.
'한 번만 해볼까.'
나는 천 원짜리 지폐를 넣었다.
기계는 윙- 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회색 곰을 노렸다.
집게가 내려갔고,
기대도 안 했는데 인형이 걸려 들었다.
"와, 진짜?"
집게가 부들거리다가 인형을 놓쳤다.
그 순간이었다.
툭.
곰 인형이 스스로 기계 밖으로 떨어졌다.
나는 주저했지만,
'운 좋은 거지' 하고 웃으며 인형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기계 안에 붙어 있던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인형 뽑기 기계 이용자 준수사항]
인형 뽑기 기계 이용자 준수사항
- 밤 11시 이후에는 인형 뽑기 기계를 이용하지 말 것.
(11시 이후부터는 기계 안에 '정상적이지 않은' 인형이 섞이기 시작한다.) - 한 번 돈을 넣었다면, 반드시 인형을 뽑거나 포기하고 자리를 떠야 한다.
(계속해서 도전하면, 뽑히는 인형이 점점 ‘너를 닮아간다.’) - 인형이 스스로 기계 밖으로 떨어지면, 절대 손대지 말고 즉시 자리를 떠날 것.
(손을 뻗는 순간, 인형이 손을 잡는다.) - 기계 안에서 움직이는 인형을 목격했다면, 그날은 어떤 인형도 뽑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
- 한 번 뽑은 인형을 다시 기계 안에 넣으려 시도하지 말 것.
(인형은 네가 버린 걸 안다.) - 집에 돌아갈 때, 반드시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인형은 네 뒤를 따라오고 있을 수 있다.) - 문 앞에 인형이 놓여 있다면, 절대 집 안으로 들이지 말 것.
(그 인형은 네 초대가 필요 없다.) - 집에 돌아와 불을 켰을 때, 예상보다 인형이 많다면 즉시 집을 떠날 것.
- 인형이 움직였다고 느껴졌을 때, 다시 확인하지 말 것.
(확인하는 순간, 인형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 인형이 네 이름을 부르면, 절대 대답하지 말고 입을 틀어막을 것.
(네가 대답하면, 이름을 빼앗긴다.) - 잠들기 전, 인형이 네 침대 주변에 있는지 반드시 확인할 것.
(침대 위나 발치에 인형이 있을 경우, 그날은 잠들지 말 것.) - 인형을 태우거나 찢으려 해서는 안 된다.
(파괴하려 하면, 네 형체가 인형으로 대체된다.) - 인형이 네 얼굴을 흉내내기 시작하면, 절대 그 인형을 쳐다보지 말 것.
- 다른 사람에게 인형을 억지로 넘기려 하지 말 것.
(그 순간, 네 인형은 너와 '끊을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된다.) - 마지막으로, 인형과 눈이 정확히 10초 이상 마주쳤다면,
- 너는 이미 선택된 것이다.
- 이제 인형은 네 안에서 네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지금 시간이 몇 시였지?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11시 47분.
인형을 버릴까 고민했지만,
내 손은 이미 인형을 꼭 쥐고 있었다.
괜찮겠지.
설마 진짜겠어?
나는 그렇게,
곰 인형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거실 불을 켰다.
당연히 나 혼자였다.
그런데.
문을 닫으려는 순간, 발밑에 뭔가가 툭 떨어졌다.
회색 곰 인형.
손에 들고 있던 것과 똑같은 인형.
하지만 분명히 나는 하나만 뽑았었다.
그날 밤,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다.
곰 인형은 방 구석에 던져두었다.
한밤중, 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자."
나는 숨을 죽였다.
이불을 바싹 끌어당겼다.
다시.
"놀자아..."
더 가까이서 들렸다.
나는 미세하게 고개를 돌렸다.
곰 인형이.
내 머리맡에 서 있었다.
두 다리로.
사람처럼.
눈은 동그랗게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침대에서 뛰쳐나와 문을 열었다.
발소리를 죽이며 복도로 달렸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규칙 6번.
뒤를 돌아보지 말 것.
겨우겨우 대로변에 나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때 발치에서 툭.
또 인형이었다.
아까 그 곰 인형.
이젠 익숙했다.
하지만 이번엔, 인형이 내 입을 따라 말했다.
"너는 이제, 나야."
순간, 기억이 끊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편의점 옆 인형 뽑기 기계 안에 있었다.
누군가 기계 앞에 서 있었다.
천 원짜리 지폐를 넣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이제 내가 새로운 상품이라는 걸.
회색 곰 인형 속에,
나는 살아 있었다.
나는 기다린다.
누군가 나를 뽑아줄 그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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