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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나폴리탄 괴담

인형 뽑기 기계 이용자 준수사항

by 밤에뜨는해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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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옆에 있던 인형 뽑기 기계가 오늘따라 이상했다.

기계 안은 알록달록한 인형으로 가득 찼고,
제일 꼭대기에 눈에 띄는 회색 곰 인형이 놓여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다, 발걸음이 멈췄다.

'한 번만 해볼까.'

나는 천 원짜리 지폐를 넣었다.
기계는 윙- 소리를 내며 깨어났다.

회색 곰을 노렸다.
집게가 내려갔고,
기대도 안 했는데 인형이 걸려 들었다.

"와, 진짜?"

집게가 부들거리다가 인형을 놓쳤다.
그 순간이었다.

 

툭.

 

곰 인형이 스스로 기계 밖으로 떨어졌다.

나는 주저했지만,
'운 좋은 거지' 하고 웃으며 인형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기계 안에 붙어 있던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인형 뽑기 기계 이용자 준수사항]


인형 뽑기 기계 이용자 준수사항


  1. 밤 11시 이후에는 인형 뽑기 기계를 이용하지 말 것.
    (11시 이후부터는 기계 안에 '정상적이지 않은' 인형이 섞이기 시작한다.)
  2. 한 번 돈을 넣었다면, 반드시 인형을 뽑거나 포기하고 자리를 떠야 한다.
    (계속해서 도전하면, 뽑히는 인형이 점점 ‘너를 닮아간다.’)
  3. 인형이 스스로 기계 밖으로 떨어지면, 절대 손대지 말고 즉시 자리를 떠날 것.
    (손을 뻗는 순간, 인형이 손을 잡는다.)
  4. 기계 안에서 움직이는 인형을 목격했다면, 그날은 어떤 인형도 뽑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라.
  5. 한 번 뽑은 인형을 다시 기계 안에 넣으려 시도하지 말 것.
    (인형은 네가 버린 걸 안다.)
  6. 집에 돌아갈 때, 반드시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인형은 네 뒤를 따라오고 있을 수 있다.)
  7. 문 앞에 인형이 놓여 있다면, 절대 집 안으로 들이지 말 것.
    (그 인형은 네 초대가 필요 없다.)
  8. 집에 돌아와 불을 켰을 때, 예상보다 인형이 많다면 즉시 집을 떠날 것.
  9. 인형이 움직였다고 느껴졌을 때, 다시 확인하지 말 것.
    (확인하는 순간, 인형과 눈이 마주치게 된다.)
  10. 인형이 네 이름을 부르면, 절대 대답하지 말고 입을 틀어막을 것.
    (네가 대답하면, 이름을 빼앗긴다.)
  11. 잠들기 전, 인형이 네 침대 주변에 있는지 반드시 확인할 것.
    (침대 위나 발치에 인형이 있을 경우, 그날은 잠들지 말 것.)
  12. 인형을 태우거나 찢으려 해서는 안 된다.
    (파괴하려 하면, 네 형체가 인형으로 대체된다.)
  13. 인형이 네 얼굴을 흉내내기 시작하면, 절대 그 인형을 쳐다보지 말 것.
  14. 다른 사람에게 인형을 억지로 넘기려 하지 말 것.
    (그 순간, 네 인형은 너와 '끊을 수 없는 끈'으로 연결된다.)
  15. 마지막으로, 인형과 눈이 정확히 10초 이상 마주쳤다면,
    • 너는 이미 선택된 것이다.
    • 이제 인형은 네 안에서 네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지금 시간이 몇 시였지?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11시 47분.

 

인형을 버릴까 고민했지만,
내 손은 이미 인형을 꼭 쥐고 있었다.
괜찮겠지.
설마 진짜겠어?

나는 그렇게,
곰 인형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거실 불을 켰다.
당연히 나 혼자였다.

그런데.
문을 닫으려는 순간, 발밑에 뭔가가 툭 떨어졌다.

 

회색 곰 인형.

 

손에 들고 있던 것과 똑같은 인형.
하지만 분명히 나는 하나만 뽑았었다.

그날 밤,
잠을 청하려 침대에 누웠다.
곰 인형은 방 구석에 던져두었다.

한밤중, 귀에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놀자."

 

나는 숨을 죽였다.
이불을 바싹 끌어당겼다.

다시.

 

"놀자아..."

 

더 가까이서 들렸다.

나는 미세하게 고개를 돌렸다.

 

곰 인형이.
내 머리맡에 서 있었다.

 

두 다리로.
사람처럼.

눈은 동그랗게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머리가 새하얘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침대에서 뛰쳐나와 문을 열었다.
발소리를 죽이며 복도로 달렸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규칙 6번.


뒤를 돌아보지 말 것.

 

겨우겨우 대로변에 나왔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그때 발치에서 툭.

또 인형이었다.
아까 그 곰 인형.

이젠 익숙했다.
하지만 이번엔, 인형이 내 입을 따라 말했다.

 

"너는 이제, 나야."

 

순간, 기억이 끊겼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편의점 옆 인형 뽑기 기계 안에 있었다.

누군가 기계 앞에 서 있었다.
천 원짜리 지폐를 넣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
이제 내가 새로운 상품이라는 걸.

회색 곰 인형 속에,


나는 살아 있었다.

나는 기다린다.
누군가 나를 뽑아줄 그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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