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나는 기숙사 생활이 가능한 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심했다.
자유롭고,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했다.
입학 첫날, 배정받은 기숙사 방 앞에 도착했다.
문에는 내 이름이 또렷하게 적힌 작은 명패가 붙어 있었다.
‘이제 여기가 내 공간이구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은 조용하고 휑했다.
책상, 침대, 옷장. 기본적인 가구만이 놓여 있었고, 공기는 조금 텁텁했다. 누군가 살다 간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낡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한 권의 공책이었다.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누가 두고 간 걸까? 청소는 다 끝났을 텐데 왜 이런 게 남아 있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책상 쪽으로 다가갔다.
손끝이 공책의 바랜 표지를 스치자, 살짝 먼지가 날렸다.
나는 조심스레 공책을 펼쳤다.
"살고 싶다면, 이 규칙을 지켜."
찾은 사람에게, 제발 부탁이야.
이걸 본다는 건 너도 여기에 들어왔다는 거니까.
다들 이 규칙을 ‘장난’이라고 하지만...
나와 같이 살던 아이들은 지금 없어.살고 싶으면. 진짜로 살고 싶으면, 아래 규칙을 지켜.
내가 겪은 걸 바탕으로 적었어.
- 규칙은 너를 지켜주기도 하고, 널 데려가기도 해. -
📌 1. 자신이 배정받지 않은 방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
- 특히 문이 살짝 열려 있거나,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은 더 위험해.
- 그 방에 살던 사람은 이미 너보다 먼저 규칙을 어긴 사람일지도 몰라.
- 들어간 순간, 너의 방이 비게 되니까.
📌 2. 308호는 창고가 아니야.
- 아무리 지도에 ‘창고’라고 적혀 있어도, 믿지 마.
- 그 방 안에는 뭔가가 살고 있어.
- 네가 움직이면, 그것도 움직여.
- 네가 안에서 나올 수 있다면… 그건 그날이 아니었을 뿐이야.
📌 3. 새벽 2시부터 3시 사이, 복도에서 누가 “물 좀 주세요”라고 말하면, 대답하지 마.
- 그 목소리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아니야.
- 말하는 순간, 넌 그걸 '인정한 것'이 돼.
- 그리고 그 말은... 너의 마지막 말이 될 수 있어.
📌 4. 누가 네 이름을 부르든, 문을 열지 마.
- 아무도 없어 보여도,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도,
그건 사람이 아니야. - “문 좀 열어줘”라는 말에 대답하는 순간,
문을 열지 않아도, 그건 이미 안에 있어.
📌 5. 샤워 중 누군가 물을 함께 쓰는 소리가 들리면, 멈춰.
- 그건 다른 층에서 사용하는 소리가 아냐.
- 그대로 계속 샤워하면… 다음엔 너 차례야.
- 물줄기가 누군가의 숨소리처럼 바뀌기 시작하면, 이미 늦었어.
📌 6. 거울은 두 명까지만 비쳐야 해.
- 세 번째 모습이 나타나면,
그건 지켜보던 것이거나,
곧 너를 대신할 무언가야. - 등 돌리지 마. 거울을 본 마지막 사람이 될 수 있어.
📌 7. 밤에 주방에서 누가 널 부르면, 따라가지 마.
- 주방 불은 밤엔 꺼져 있어야 해.
- 만약 불이 켜져 있고, 그 안에서 너를 부르면...
그건 너를 이미 알고 있는 ‘다른 것’이야. - 네 발소리가 거기까지 닿는 순간, 너의 방은 빈자리가 돼.
📌 8. 야간 점호 때 명단에 없는 아이가 끼어 있으면, 눈을 피하지 마.
- 반드시 얼굴을 기억해.
- 알아보지 못하면, 다음 명단에서 너의 이름이 지워질 수도 있어.
- 침묵은 보호가 아니야. 기억만이 너를 남게 해.
📌 9. 정전은 신호야.
- 불이 꺼지면, 침대에 엎드려.
- 움직이지 마. 소리도 내지 마. 숨도 조심해서 쉬어.
- ‘그것’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만 찾는다.
📌 10. 책상 서랍에 낯선 물건이 있다면, 무조건 버려.
- 너의 것이 아니면,
그것의 것이야. - 그 물건은 밤에 주인을 찾으러 온다.
- 네가 버리지 않으면, 그 주인은 널 데리고 간다.
📌 11. 사감 선생님 말고 다른 어른이 보이면, 불을 끄고 가만히 있어.
- 이 기숙사엔 선생님은 단 한 명뿐이야.
- 누가 뭐라 해도, 움직이지 마.
- 움직인 순간, 넌 ‘학생’이 아니라 손님이 돼.
- 그리고 여긴, 손님을 오래 두지 않아.
📌 12. 새벽에 문이 저절로 열리면... 닫지 마.
- 문이 스르륵 열리는 건 오히려 기회야.
- 닫으려 하면, 그 문은 다시는 너를 향해 열리지 않아.
- 그리고 그 안에서 너를 기다리는 건, 기회가 아닌 갈 곳이야.
📌 13. 창문 밖에서 너를 닮은 무언가가 손을 흔들면, 고개를 숙이고 숫자를 세.
- 그 숫자가 네가 세는 것보다 먼저 끝나면,
절대 눈을 뜨지 마. - 일어나는 순간, 그 안과 바깥이 바뀔 수 있어.
📌 14. 복도 불이 자정 넘어서 깜빡이면, 절대 눈을 마주치지 마.
- 누군가 불빛 아래 서 있다면, 무조건 지나가.
- 그게 너든, 친구든, 누가 됐든… 그건 그게 아냐.
- 대답하지 말고, 이름 부르지 마.
기도만이 마지막 선택이야.
📌 15. 룸메이트가 평소와 달라 보이면, 그날은 아무 말도 하지 마.
- 밤엔, 그가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어.
- 말을 건네는 순간, 그건 대답을 기억하고 따라와.
- 아침이 되기 전까진, 가장 믿었던 존재조차 믿지 마.
마지막으로.
이걸 읽고 있는 네가 무사하길 바란다.
나는 지금... 308호 문 앞에서 쓰고 있어.
문이 열렸거든. 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거든.나처럼 되지 마.
"미친…"
나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왔다. 입밖으로 흘러나온 그 말은 마치 내 안의 불안을 실체화시키는 듯, 방 안에 무겁게 맴돌았다.
공책에 적힌 내용은 단순한 생활 수칙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이상했고, 기묘했고… 뭔가 ‘경고’ 같았다.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불안감 속에서 다음 페이지로 손을 넘기려는 찰나—
똑. 똑.
갑작스럽게, 문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조심스러운 두 번의 노크.
순간, 내 몸이 굳었다.
귀를 의심하고 있을 때, 들려온 건…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XX야… 나야. 문 좀 열어봐."
그 목소리는 분명 나를 부르고 있었다.
정확히 내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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