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괴담/나폴리탄 괴담

[나폴리탄 괴담] ○○고 기숙사 규칙

by 밤에뜨는해 2025. 4. 17.
728x90
반응형

답답한 집안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나는 기숙사 생활이 가능한 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심했다.
자유롭고,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것만으로도 설렘이 가득했다.

입학 첫날, 배정받은 기숙사 방 앞에 도착했다.
문에는 내 이름이 또렷하게 적힌 작은 명패가 붙어 있었다.

 

‘이제 여기가 내 공간이구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 안은 조용하고 휑했다.
책상, 침대, 옷장. 기본적인 가구만이 놓여 있었고, 공기는 조금 텁텁했다. 누군가 살다 간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낡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한 권의 공책이었다.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누가 두고 간 걸까? 청소는 다 끝났을 텐데 왜 이런 게 남아 있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천천히 책상 쪽으로 다가갔다.
손끝이 공책의 바랜 표지를 스치자, 살짝 먼지가 날렸다.

나는 조심스레 공책을 펼쳤다.


 

"살고 싶다면, 이 규칙을 지켜."

 

찾은 사람에게, 제발 부탁이야.
이걸 본다는 건 너도 여기에 들어왔다는 거니까.
다들 이 규칙을 ‘장난’이라고 하지만...
나와 같이 살던 아이들은 지금 없어.

살고 싶으면. 진짜로 살고 싶으면, 아래 규칙을 지켜.
내가 겪은 걸 바탕으로 적었어.

  • 규칙은 너를 지켜주기도 하고, 널 데려가기도 해. -

 


📌 1. 자신이 배정받지 않은 방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

  • 특히 문이 살짝 열려 있거나,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지는 방은 더 위험해.
  • 그 방에 살던 사람은 이미 너보다 먼저 규칙을 어긴 사람일지도 몰라.
  • 들어간 순간, 너의 방이 비게 되니까.

📌 2. 308호는 창고가 아니야.

  • 아무리 지도에 ‘창고’라고 적혀 있어도, 믿지 마.
  • 그 방 안에는 뭔가가 살고 있어.
  • 네가 움직이면, 그것도 움직여.
  • 네가 안에서 나올 수 있다면… 그건 그날이 아니었을 뿐이야.

📌 3. 새벽 2시부터 3시 사이, 복도에서 누가 “물 좀 주세요”라고 말하면, 대답하지 마.

  • 그 목소리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이 아니야.
  • 말하는 순간, 넌 그걸 '인정한 것'이 돼.
  • 그리고 그 말은... 너의 마지막 말이 될 수 있어.

📌 4. 누가 네 이름을 부르든, 문을 열지 마.

  • 아무도 없어 보여도, 목소리가 너무 익숙해도,
    그건 사람이 아니야.
  • “문 좀 열어줘”라는 말에 대답하는 순간,
    문을 열지 않아도, 그건 이미 안에 있어.

📌 5. 샤워 중 누군가 물을 함께 쓰는 소리가 들리면, 멈춰.

  • 그건 다른 층에서 사용하는 소리가 아냐.
  • 그대로 계속 샤워하면… 다음엔 너 차례야.
  • 물줄기가 누군가의 숨소리처럼 바뀌기 시작하면, 이미 늦었어.

📌 6. 거울은 두 명까지만 비쳐야 해.

  • 세 번째 모습이 나타나면,
    그건 지켜보던 것이거나,
    곧 너를 대신할 무언가야.
  • 등 돌리지 마. 거울을 본 마지막 사람이 될 수 있어.

📌 7. 밤에 주방에서 누가 널 부르면, 따라가지 마.

  • 주방 불은 밤엔 꺼져 있어야 해.
  • 만약 불이 켜져 있고, 그 안에서 너를 부르면...
    그건 너를 이미 알고 있는 ‘다른 것’이야.
  • 네 발소리가 거기까지 닿는 순간, 너의 방은 빈자리가 돼.

📌 8. 야간 점호 때 명단에 없는 아이가 끼어 있으면, 눈을 피하지 마.

  • 반드시 얼굴을 기억해.
  • 알아보지 못하면, 다음 명단에서 너의 이름이 지워질 수도 있어.
  • 침묵은 보호가 아니야. 기억만이 너를 남게 해.

📌 9. 정전은 신호야.

  • 불이 꺼지면, 침대에 엎드려.
  • 움직이지 마. 소리도 내지 마. 숨도 조심해서 쉬어.
  • ‘그것’은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만 찾는다.

📌 10. 책상 서랍에 낯선 물건이 있다면, 무조건 버려.

  • 너의 것이 아니면,
    그것의 것이야.
  • 그 물건은 밤에 주인을 찾으러 온다.
  • 네가 버리지 않으면, 그 주인은 널 데리고 간다.

📌 11. 사감 선생님 말고 다른 어른이 보이면, 불을 끄고 가만히 있어.

  • 이 기숙사엔 선생님은 단 한 명뿐이야.
  • 누가 뭐라 해도, 움직이지 마.
  • 움직인 순간, 넌 ‘학생’이 아니라 손님이 돼.
  • 그리고 여긴, 손님을 오래 두지 않아.

📌 12. 새벽에 문이 저절로 열리면... 닫지 마.

  • 문이 스르륵 열리는 건 오히려 기회야.
  • 닫으려 하면, 그 문은 다시는 너를 향해 열리지 않아.
  • 그리고 그 안에서 너를 기다리는 건, 기회가 아닌 갈 곳이야.

📌 13. 창문 밖에서 너를 닮은 무언가가 손을 흔들면, 고개를 숙이고 숫자를 세.

  • 그 숫자가 네가 세는 것보다 먼저 끝나면,
    절대 눈을 뜨지 마.
  • 일어나는 순간, 그 안과 바깥이 바뀔 수 있어.

📌 14. 복도 불이 자정 넘어서 깜빡이면, 절대 눈을 마주치지 마.

  • 누군가 불빛 아래 서 있다면, 무조건 지나가.
  • 그게 너든, 친구든, 누가 됐든… 그건 그게 아냐.
  • 대답하지 말고, 이름 부르지 마.
    기도만이 마지막 선택이야.

📌 15. 룸메이트가 평소와 달라 보이면, 그날은 아무 말도 하지 마.

  • 밤엔, 그가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어.
  • 말을 건네는 순간, 그건 대답을 기억하고 따라와.
  • 아침이 되기 전까진, 가장 믿었던 존재조차 믿지 마.

마지막으로.

이걸 읽고 있는 네가 무사하길 바란다.
나는 지금... 308호 문 앞에서 쓰고 있어.
문이 열렸거든. 안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거든.

나처럼 되지 마.

 


"미친…"


나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 나왔다. 입밖으로 흘러나온 그 말은 마치 내 안의 불안을 실체화시키는 듯, 방 안에 무겁게 맴돌았다.

공책에 적힌 내용은 단순한 생활 수칙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이상했고, 기묘했고… 뭔가 ‘경고’ 같았다.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불안감 속에서 다음 페이지로 손을 넘기려는 찰나—

똑. 똑.

갑작스럽게, 문 너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조심스러운 두 번의 노크.

순간, 내 몸이 굳었다.
귀를 의심하고 있을 때, 들려온 건… 아주 익숙한 목소리였다.

 

"XX야… 나야. 문 좀 열어봐."

 

그 목소리는 분명 나를 부르고 있었다.
정확히 내 이름을.

반응형